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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는 얼마든지 있수다…”
[우리마을 력사문화산책] 훈춘시 경신진 벌등촌
날짜  2013-9-27 10:38:17   조회  1447

1932년 훈춘시 경신진 회룡봉에서는 옥천동탈옥사건이 있었다. 옥에 갇힌 박지영 등 12명의 항일군중이 체포된지 보름만에 7명이 성공적으로 탈옥을 강행한 사건이다.

박지영과 그의 아들 박남표는 그 후 수십년이 되도록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1973년 겨울 평생 고향을 지켜온 박남표의 숙부 박우영에게 미국으로부터 박남표의 편지가 날아왔다. 그 편지에 이런 한단락이 있다.

“두만강에서 잡은 화에(황어)로 친 생회를 반찬으로 샘물에 피낫밥을 말아서 먹던 고향이 머리에 영화그림처럼 남아있습니다…”

어미지향으로 불리는 경신진에 가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것이 생선회이다. 기자가 처음 경신에 취재를 갔을 때 촌서기의 집에서 먹었던것이 바로 황어회였고 그날 먹었던 황어회는 시간이 오래 흐르도록 떠올릴 때마다 혀를 감빨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그래서 경신으로 취재를 갈 때면 은근히 생선회를 기대하군 했다.

이번 회룡봉행도 례외가 아니였다. 1983년 회룡봉으로부터 갈라져나와 하나의 행정촌으로 된 벌등에 다달았을 때 마침 점심시각이였고 취재진은 안운철(56세)촌장의 집에서 점심을 걸치게 되였다. 안촌장과 사위는 두말없이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리고 집 바로 앞에 있는 자그마한 늪에 그물을 치기 시작했다.

"다른건 없어도 신선한 생선회는 얼마든지 있수다."

방학이라 놀러 온 5살배기 오누이쌍둥이가 따가운 해볕을 아랑곳하지 않고 커다란 뜰을 종횡무진 누비며 장난질이다.한창 호기심으로 가득찬 나이에 자연이 내주는 모든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훈춘시내에 있는 집보다 할매할배네가 사는 농촌이 더 좋단다.

지름이 50메터 되는 자그마한 늪을 조용히 가로지르는 그물에 물결은 반짝이는 가을해볕을 이고 촐랑거렸다. 기대감에 부푼 구경군들도 이때만큼은 숨을 죽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물질에 이골이 텄는지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펄떡이며 그물을 뛰여넘는다. 그럴 때마다 구경군들의 아쉬움이 반죽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그물을 살살 잡아당기자 미처 그물코를 빠져나가지 못한 녀석들이 줄줄이 끌려나왔다. 팔뚝만한 백련이며 잉어며 그리고 손바닥만한 붕어 몇마리에 안촌장댁은 회감으로 충분하다며 기뻐했다.

물고기들은 마당에 있는 수도가에서 “목욕재계”한 뒤 깨끗하게 손질되였다. 풍요로운 시골사람들의 인심만큼이나 생선회는 큰 대야에 두둑히 담겼다. 거기에 마당에서 딴 풋고추를 썰어넣고 다진 마늘과 고추가루를 넣는다. 누가 아직 통이 들어앉지도 않은 무우를 뽑아왔다고 안촌장댁은 잔소리를 걸죽하게 둬마디 늘어놓으며 그것을 마저 채썰어 넣는다. 토장냄새가 물씬 나는 옛날고추장을 뚝 떠넣고 무치자 익숙한 회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생선회는 이떨어진 대야채로 마당에 차린 밥상우에 올려졌다. 방금전까지 늪에서 활개치던 생선을 바로 손질해서 먹는 그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였다.

떠날 때 안촌장댁은 "기자분들이 반겨하시던데…" 하면서 백설기떡과 마당에서 뜯은 강냉이를 두둑히 싸준다…

벌등이라는 이름도 유래가 있다. 1908년에 홍수로 지금의 벌등 방천에 50~60헥타르 되는 섬이 생겼는데 이곳 사람들은 섬이 벌판의 등갈에 있다는 뜻에서 “벌등”이라고 불렀다.후에 지명등록을 하면서 “벌”이란 어음과 가장 비슷한 한자음인 “버리(玻璃)”와 “등”의 어음과 가장 비슷한 한자음 “동(洞)”을 선택하여 버리동(玻璃洞)으로 등록하였다. 지금까지 이곳 지명을 한어로 “玻璃洞”이라고 하고 조선말로는 “벌등”이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유리동으로 번역해 부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수 없다.

글·사진 전윤길 리련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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