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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된장
□최문
날짜  2017-1-12 15:10:46   조회  314
“여보, 메주콩이 다 됐어요. 빨리 서두르세요!”

저녁무렵, 내가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안해는 반겨주며 재촉하였다.

매년 음력 10월부터 정월까지는 우리 민족의 전통음식인 장을 만들기 위해 메주를 쓰는 계절이다. 몇년전 아빠트로 이사왔지만 해마다 어김없이 이 때면 안해는 잊지 않고 고압가마에 메주콩을 삶아놓는다. 그러면 콩을 이개는 일은 밀어버릴수 없는 내몫이 되고만다.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잘 익은 콩을 이개놓으면 안해는 그것을 둥글둥긍 다듬고 또 다듬어 고운 메주덩이를 만든다. 그리고 습관처럼 “메주를 쓰는 날에는 머리를 감지 말며 목욕도 하여서는 안된다.”고 하시던 생전 어머니의 말씀을 되풀이 하군 한다. 그 말은 분명 미신인줄 알면서도 나는 우리 민족전통음식에 대한 선배님들의 정성과 관심, 기대라 받아들이고 조용히 수긍한다.

어머니는 메주를 만들어서는 며칠간 말리운 다음 새끼로 묶어서 20도 이상의 온도에서 한달간 푼히 걸대에서 띄운다. 그러면 메주의 겉은 보얗고 속은 감실감실 해졌다. 다시 메주덩이를 잘게 쪼개여 3-4일간 해볕쪼임을 시키고 건기가 든다음 항아리에 넣고 장발을 세워서 20여일간 물에 잠군다. 여기서 우러나온 검스레한 물을 받아서 달이면 토간장이 되고 남은 푹 퍼진 메주를 보드랍게 부시고 소금을 치면서 장독에 넣은후 해볕을 받을수 있는 곳에 놓아두면 장에 곰팽이가 끼지 않을 뿐더러 장이 불그스레 익어가며 제맛이 난다.

한때 애주가였던 나는 술을 마신 이튿날아침이면 꼭 토장에 시래기를 넣은 어머니의 장국으로 해정을 해야 했다. 시원한 시래기된장국을 마시고나면 언제 술을 마셨던가 싶게 속이 확 풀리군 하였다. 이웃의 한족들도 어머니가 만든 장을 별맛이라고 하면서 가끔은 물만두를 들고와서 바꾸어 먹었다. 그때는 여름철 동생들과 강변으로 천렵을 갈 때마다 토장은 나의 필수휴대품이 되군 했다.

“핍박에 량산에 오른다.”고 한평생 농사일로 뼈가 굳어온 어머니는 로년에는 우리 생활에 보탬을 주시겠다고 기어이 장을 퍼담아 들고 농부산물시장에 나섰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우리 식구들은 나의 낮은 로임 몇푼에 얽매여 살아야 했으니 말이다. 세 자식의 공부뒤바라지에 팽이처럼 돌아치는 일상임에도 생활을 늘 기구한 형편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어머니는 된장장사를 하시면서 나의 세 자식이 학교 다닐 때의 용돈을 대주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이제는 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사회일군으로 활약하고있다.

우리 민족 식탁의 터주대감 토장- 어머니의 정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안해의 손끝에서 구수하게 풍기는 된장향기를 매일 실감하며 나는 오늘도 조용히 어머니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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