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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여
날짜  2017-6-15 15:21:01   조회  686
얼마전부터 나는 한 독서모임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문득, 내가 읽은 책이 너무 적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 시작한 건 작년에 한 동료의 일상을 엿보고나서다. 

그녀에겐 내가 보기엔 참 바람직한 습관이 하나 있었는데 매달마다 책을 한두권씩 사서 읽는 것이다. 가끔 쥐꼬리만한 월급이 거덜날 때면 한두달씩은 건너띄긴 했어도(일상을 까밝히는 것에 대해 그녀의 량해를 구한다) 내가 만나온 사람들 중에서 그녀는 단연 독서에 대한 열정이 아주 높은 부류에 속한다. 그래서 가끔씩은 그녀의 책들을 빌려다 읽은적도 있었으며 그러다보니 자연 책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게 되였다. 

독서모임에 참가한 건, 그녀처럼 나도 많은 책을 읽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육아와 출근을 병행하며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나는(이 건 내가 나에 대한 평가이다.) 도무지 책을 읽어낼 시간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일종의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나는 독서모임에 참가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있게 되는 모임에서 우리는 때론 거창하게, 때론 소박하게 책에서 자신이 느낀 바를 가감없이 표현하군 했는데 그런 모임이 전혀 싫지가 않았을 뿐 뇌속에서 엔돌핀이 마구 뿜어져나오는 것만 같았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여러 사람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서로의 생각을, 느낌을… 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자신이 읽은 것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마음껏 발설할 수 있는 희열을 직접적으로 향수하는 것이 좋았다. 그 것의 정확성여부를 떠나서, 어떤 검증되지 않은 생각이나 론리라 해도 ‘토론’이라는 플랫폼에 올려놓으니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거다. 그러고보면 나는 단지 한두사람과 내가 읽은 책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아서, 그래서 독서모임을 찾아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모임에서 나는 늘 말을 많이 하는 역할을 감당했다. 때로는 남의 말을 듣는 순간에도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이 겉잡을 수 없이 흘러가 당장에서 그의 말을 끊고 내 말을 한적도 여러번이다. 

사실, 나에게는 늘 말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한두마디로 끝날 일에 대해서 그 일의 원인, 경과, 결말까지 장황하게 설명을 늘여놓아 듣는 사람을 꽤 피곤하게 만든적도 없지 않다. 

그런가 하면 성격상 내성적인 면도 없지 않아 꽤 조용하고 다소곳한 이미지를(이 것 역시 나만의 판단에 의거한 것이니 개의치는 마시라.) 갖고 있는 터라 간혹 가다가는 ‘말이 없다’는 평가를 듣기도 하는데 사실말이지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고 싶으나 타이밍을 놓쳐서, 또는 그 주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감히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말하고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말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정말이지 큰 고역이다. 거기에 자존심까지도 어지간히 상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나는 늘 자기표출욕구에만 사로잡혀 눈꼽만큼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안다고 떠벌이고 싶어했지 좀더 성숙된 자세로 차분하게 경청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 되여버렸다. 

조용히 귀로 경청하고 마음으로 터득해야 모든 것이 보이는 법이다. 조금 아는 것을 한뼘이나 치켜들고 ‘나 좀 보시오, 여기 좀 봐주세요’ 하고 떠들어대기만 했으니. 

직업상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중에는 나같이 몹쓸 기호를 갖고 있는 부류가 꽤 많았다. 나름대로 신이 나서 떠들었지만 날이 갈수록 그들이 모름지기 안고가야 할 것은 외로움뿐이다. 말할 때면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추기에 노력하고 비로소 소통을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모든 관계가 좀더 따듯해지지 않을가 생각해본다. 

독서모임에서 우리가 읽는 책중에는 《모모》라는 책이 있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각설하고, 주인공 모모에게 신기한 능력이 있다는 점만은 들려주고 싶다. 바로 남의 말을 경청할수 있는 능력이다. 참으로 별 것 아닌 대단한 능력이다. 그는 그 능력으로 그의 모든 친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로서는 더없이 담고 싶은 능력이기도 하다. 횡설수설 나의 얘기만을 잔뜩 늘여놓고 난뒤면 이상하게 무력감이 몰려올 때도 있었다. 마치 김 빠진 사이다에 남은 별 볼일 없는 단물처럼. 그러나 조용히 귀 기울여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진정한 소통을 이뤘을 때면 우리의 대화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되군 했다. 

이처럼 빛나는 소통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말하는 사람이 아닌 듣는 사람이 되여야 한다. 마주하고있는 사람의 눈빛에서, 표정에서, 몸짓 하나에서 놓치지 말고 조용히 듣고있노라면 놀랍게도 들리지 않던 것마저 노래가 되여 나한테 올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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