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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식물 그리고
□ 최룡관
날짜  2017-12-14 15:48:59   조회  334

나는 지금 세느강반을 걸어가고 있다. 여긴 빠리의 노란 자위이다. 세느강에는 채색 기발을 날리는 유람선들이 물결에 새하얀 여덟 팔(八)자를 쓰면서 오간다. 빠리의 루브르박물관으로 걸어가던 나는 이따금 발길을 멈춘다. 길 좌우에는 유명한 조각품들이 줄느런히 서있다. 한조각 앞에서 나의 발은 길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참 희한한 조각상이다. 사자의 몸뚱이에 미녀의 상반신이 붙어있는 조각상이다. 사람과 짐승이 한몸이 되여있다. 야릇함이 묻어나는 조각상! 조금 가다가 또 발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범과 사나이가 붙은 조각상이다. 저도 모르게 세상에! 하고 찬탄이 나간다. 나는 얼결에 단마르크 해안에 있는 미인어조각상을 떠올린다. 물고기 몸뚱이에 배꼽이 보는 미인의 얼굴이 붙은 조각상 말이다

사람과 짐승이 하나가 되고 물고기와 사람이 하나가 된 조각상들이다. 그러니까 사람과 짐승, 사람과 물고기가 같다는 말이 되겠다. 사람이 범이 될 수 있고 사자가 될 수 있으며 물고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고 반대로 범이 사람이 될 수 있고 사자가 사람이 될 수 있으며 물고기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 짐승이 물고기가 될 수 있고 물고기가 짐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도 있겠다. 이 성질이 완연히 다른 사람과 짐승이 하나로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의롭게 나의 뇌리를 아프게 촉동한다. 이런 촉동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빠리에서 많은 명승을 구경하였지만 이렇듯 사이비하고 황홀한 촉동을 받아본 적이 없다. 세상만물이 서로 어울릴 수 있고 서로 하나로 될 수 있다는 표증이 아니겠는가!

순간, 나의 사유는 날개를 펼치고 번개의 속도로 중국 고대로 날아간다. 중국 고대 당나라 때, 사람을 열두개 띠로 나누어 표현하였다. 열두개 띠에는 쥐띠, 소띠, 범띠, 토끼띠, 룡띠, 뱀띠, 말띠, 양띠, 원숭이띠, 닭띠, 개띠, 돼지띠가 있는데 이 열두가지는 여러가지 짐승과 사람이 같다는 말이 되겠다. 열두가지 띠는 또 열두가지 사물로 변한다고 한다. 쥐는 봉황으로, 소는 사자로, 범은 꾀꼬리로, 토끼는 꿩으로, 룡은 제비로, 뱀은 기러기로, 말은 사슴으로, 양은 공작새로, 원숭이는 비둘기로, 닭은 참새로, 개는 송학으로, 돼지는 앵무새로 변한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사람이 24가지 동물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사람은 쥐, 소, 범, 토끼, 룡, 뱀, 말, 양,원숭이, 닭, 개, 돼지로 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봉황, 사자, 꾀꼬리, 꿩, 제비, 기러기, 사슴, 공작새, 비둘기, 참새, 송학, 앵무새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겠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람은 모든 동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며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동질성이나 동일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은 사람과 짐승(모든 동물 포함), 사람과 물고기 뿐 아니라 사람과 곤충까지도 동일성이나 동질성이 너무나 많다. 모두가 입으로 먹고, 홍문으로 싸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소리로 말한다. 물론 사람들은 녀석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자식들 언어를 모르니까. 이렇 듯 동물과 사람, 사람과 물고기 및 곤충류가 서로 전의할 수 있는 조건이 있는데 사람과 식물은 동일성이 없을가? 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 세상에 태여났다가 죽는다. 다 물을 먹어야 산다. 다 짝짓기를 하여야 후대를 번식한다. 사람과 식물의 짝짓기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사람은 여러가지 식물을 먹어야 살 수 있다. 어떤 식물은 곤충을 먹고 사는 것도 있다. 식물의 뿌리에 시체를 묻으면 그 식물이 왕성하게 자라는데 그 것은 식물이 사람을 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도 식물도 동질성이나 동일성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죽어서 련꽃이 되였소, 죽어서 나무가 되였소 죽어서 나비가 되였소 하는 옛말들은 다 이런 도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겠다.

명나라의 유명한 철학가 왕양명이 세상사물은 다 형제간이라고 하면서 모든 사물들의 아버지는 하늘이고 어머니는 땅이라고 하였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곤충이나 물고기나 이 세상 모든 사물은 다 땅에서 태여나고 하늘을 쓰고 산다. 그러니 다 아버지는 하늘이고 어머니는 땅이 아니랴. 다 하늘과 땅의 똑 같은 자식이 아니랴.

고대로 갔던 사유는 이번에는 현실로 돌아온다.

문학에서 특히 시에서 한 사물이 다른 사물로 변하였을 때 어떤 사람들은 이게 어디 리치에 맞는가? 시인의 미친 소리다 라고 한다. 시란 사물들의 새로운 관계를 밝혀내고 사물변화로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여는 상상적 언어작업이다. 무의식 속에서 새롭게 사물이 산생된다는 것이 시적 사유의 근본이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의식에 맞추어 시를 써야지 초월하면 안된다는 독단주의 견해를 내세워선 안되는 것이 아닐가! 세상 사물은 모두 한집안 식구라는 개념이 똑똑하게 박히지 못한 실례가 아닐가! 필자는 사유를 부단히 해방하면서 세상 사물은 한 집안이란 사유로 모든 문제를 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사물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고 하였다. 변하는 데와 통하는 데는 조건이 없다. 시에서 사물의 동일성을 사유하는 시간은 몇십분의 1초 내지 몇백분의 1초라고 한다. 사물사이에 몇십분의 1이나 몇백분의 1이 비슷하기만 해도 서로 소통할 수 있고 서로 전의할 수 있다는 말이 되겠다. 통하는가 통하지 않는가는 시인의 몫인 것이 아니라 독자의 몫이다.독자의 몫은 독자가 얼마만한 지식과 지혜가 있는가와 정비례된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언어조합작업을 한다. 언어나라에는 왕이 없고 일률평등하며 법이 없고 자유만이 존재한다. 낱말들은 언제나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고 조합될 수 있는 것이다. 돌과 모든 명사, 수사, 대명사, 접두사, 동사, 형용사, 부사가 아무 때나 자유로이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믿지 못하겠으면 마음 속으로 한번 실험해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어느 것이나 다 말이 맞고 어느 것이나 다 순하게 통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언어자유의 본질이고 언어의 기능이라겠다. 낱말들은 사물들보다 더 가까운 한혈통이고 한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은 언어를 기용하여 쓰는 것이지 원 사물자체를 뜯어고치거나 형체를 바꾸거나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지구는 사물의 대동세계이고 문학은 언어의 대동세계이다. 어허, 말이 길어졌네. 저 삼층집이 디긋자로 둘러 앉고 유리 피라밋으로 출입구를 만든 루브르 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겨야지. 하고 나의 뇌가 명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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